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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맛집 몇 년 전 두어 달을 목포 앞 섬에서 일하고 집에 오는 길에 목포 여객터미널 앞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고추 조림 열무김치 호박나물... 반찬 하나하나 다 맛있었다. 특히 생선탕 하고 생선구이는 아직도 생각이 나서 언제 목포에 가면 꼭 다시 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전주 한옥마을로 개발되기 전 성심여고 정문에 베테랑 칼국수집 옆 '신당동 떡볶이'라고 있었다. 녹슨 양철 간판을 달고 할머니 한분이 분식집을 했었는데 거기서 먹었던 국수가 잊히지 않는다. 다시 찾았을 때 멸치육수 내는 게 힘들어서 국수는 이제 안 한다고 했고 그 뒤로 그 집이 없어진 것 같기도 해 그 멸치육수에 만 국수를 다시 맛볼 기회가 없어졌다. 부안도 목포나 전주처럼 맛있는 집이 많다. 부안성모병원근처 부안횟집이나 부안시장 카페근처..
미안해 써니 미안해 써니 군산을 모르는 분 중에 군산비행장을 아는 분이 솔찮히 많다.정확히 말하면 군산비행장 앞 부대찌개 맛집을 아는 듯하다.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한다. 아폴로 11호가 달나라에 착륙했던 해였으니 50년쯤 전이다.군산시내에서 비행장으로 가는 중간쯤 동네에서 국민학교 2학년을 다녔다. 당시에는 도로포장상태가 뻔해서 왕복 4개 차선 중 왕복 2개 차선만 포장이 돼 있었다.차가 워낙 없었으니 그 정도 포장도 충분했을 테다.또 그 당시에는 눈이 왜 그리 많이 왔었는지 모르겠다.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날 벌어졌던 소동이다. 나하고 같은 반이었던 내 친구 여자애보다 두어 살 어린 동생 이름이 선희였다.나하고 같은 반이었던 여자애 이름은 통 생각이 나질 않는다.어쨌든 내 친구인 선희 언니하고 선희는 함박눈이 펑펑 내..
telex telex telex는 필수적인 소통수단으로 널리 쓰였지만 팩시밀리 등장 이후 사라졌다. 말하려는 사람의 의도를 점하나 선하나까지 나타낼 수 있는 팩시밀리 이후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타자기 자판을 벗어나는 표현은 곤란했던 telex는 빠르게 사라졌다. 88 올림픽 전후 외국 특히 유럽 쪽 명함을 몇 장 받았었다. 명함에는 이름 주소와 전화번호 그리고 telex 번호가 꼭 있었다. telex를 보내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자판 범위 내에서 보내고 받는다는 기준이 있어 사실 telex로도 별 불편이 없었다. 팩시밀리가 그 기준을 무너뜨리고 더 편하게 해 줬을 뿐이다. 내가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곳은 작은 섬유회사 경리과였고 시간이 여유로 왔다. 할 일이 많았어도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할 일은 없었다. ..
플라타너스 플라타너스 어릴 때 봤던 플라타너스는 모두 다 컸다. 어릴 때 컸던 플라타너스는 내가 60이 되도록 60년을 더 커 이젠 모두 다 더 큰 나무가 돼 있었다. 이 동네에 집 지으러 와서 더 큰 플라타너스를 봤다. 큰 나무가 있는 곳이라고 알려줘 벌판 저 멀리서 플라타너스를 보고 찾아왔다. 벼 이삭 팰 때 기초를 하고 수확하는 콤바인 소리 들릴 때 벽을 올리고 서리가 올 때 지붕을 덮었다. 플라타너스 잎도 푸르름을 잃고 누렇게 말라 텅 빈 벌판처럼 됐을 때 집을 다 지었다. 늦여름에 와서 포클레인으로 땅을 고르고 첫눈이 올 때 삽을 놨다. 벌판에 푸르른 벼가 일렁일 때 왔다가 텅 빈 벌판에 흰 눈이 덮였을 때 떠났다. 집 짓는 틈틈이 플라타너스 아래에서 밥을 먹기도 하고 콜라를 마시며 쉬기도 했다. 플라타너..
천희형 천희형. 형은 마나님하고 아들하고 외식하러 가고 나는 심심해서 배산 한 바퀴 돌고 오다 배산 사거리에서 만났네. 15년 전 봄바람 불던 밤 나한테 망치하고 못주머니를 사주며 목수일 하라고 했었지.일은 두 번 손 안가게 한 번에 끝내고 절대 서두르지 말라던.2~3년 뒤 일이 같이 일할 기회가 없어져 가까운 동네에 살면서도 몇 년을 못 봤네. 같이 일할 때 생각이나.경사진 구조탓에 콘크리트 붓는 힘이 집중되는 지하주차장 출입구 램프 거푸집이 터졌을 때.형이 함바집에서 소주 병나발 불고 사무실 기사랑 콘크리트 잘 못 부었다고 싸우다 퍼진 걸 태우고 왔던 일이. 같이 일하지 않을 때도 가끔 소식을 듣긴 했어.나한테는 서두르지 말라고 해놓고 정작 자신은 뭐가 급했는지 일하다 다쳤다고.밑에 거느린 식구들 때문이라고..
인터넷 수업 인터넷 수업 인터넷 수업? 그거 못쓰겠어.왜요?얘가 학교를 안 가니까.다 컸잖아요?지 엄마보다 잔소리를 더해.ㅎㅎ잘 씻어라. 마스크 왜 안 하느냐.다 옳은 애긴데요.그건 그렇다 치고 맛 이상한 요리를 해서 말이야.파스타 같은 거요?난 밥 먹었으면 하는데 엄마가 밥 맛없게 해서 아빠가 밖에서 술 마신다고.ㅎㅎ뭐 이상한 거 만들어서 맛없다고 하면 삐질까 봐 맛있다고 먹긴 먹는데.심각하네요.아우 얼른 학교 갔으면 좋겠어.그러게요.
대나무와 보리 대나무와 보리 지금껏 본 조경중 둘이 감동적이었다. 먼저 서울 교보빌딩 안 대나무다. 고향이 남쪽이다 보니 어려서 흔히 봤던 대나무를 서울로 이사 간 뒤로는 못 봤다. 입사원서를 접수하러 간 교보빌딩에서 뜻밖에 대나무를 보고 꼭 그 건물에서 근무하고 싶었다. 그 입사에는 실패했지만 대나무를 근 15년 만에 다시 봐서 감동적이었다. 다른 하나는 익산시 삼기농협 앞 보리화분이다. 삼기농협 앞 커다란 가로화분(街路花盆) 몇 개에 다 자란 보리가 하나 가득 있었다. 삼기농협 하나로 마트에 빵 하고 우유를 사러 갔다가 보리화분을 한참을 보고 있었다. 그때쯤 그 근처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보리를 화분에 심었다는 사실이 감동적이었다. 대나무나 보리가 여기 익산에서는 흔하디 흔하다. 대나무나 보리가 흔하디 흔해서..
나비처럼 훨훨 날아 나비처럼 훨훨 날아 아이들은 꽃을 보면 나비처럼 훨훨 날아간다.왼발 다음에 오른발이 나가지 않는다.왼발 다음에 왼발이 나간다. 어쩌다 왼발 다음에 오른발이 나가는 아이도오른발을 작게 나가 오른발이 나갔다는 걸 모르게 하거나오른발을 크게 나가 왼발이 나갔다는 걸 모르게 한다. 북부시장 사거리 교통 섬 네 귀퉁이에 핀 빨간 튤립을 지나는 아이들은 다 나비처럼 훨훨 날아갔다.나는 핸드폰으로 재빨리 빨간 튤립을 찍고 신호를 기다리는 체하며 다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