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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고 비가 오면 바람 불고 비가 오면 고 명 곤 바람은 비 없이도 불고비는 바람 없이도 혹은 바람과도 온다. 바람이 불면 나무는 흔들흔들 춤을 춘다. 바람 불고 비가 오면나뭇잎이 길에 흩어진다. 바람은 비 없이도 불고 비는 바람 없이도 혹은 바람과도 온다. 비가 오면나무는 엉거주춤 비를 맞는다. 바람 불고 비가 오면나뭇잎이 길에 흩어진다.
수박 수박 수박은 여름에 먹어야 한다.한 겨울에 롯데 마트 과일코너 중앙에 위엄 있게 자리하고 있는 수박을 보면 위엄만 느껴지지 먹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든다.장날 수박 한 통 사서 김치냉장고용 김치통에 정리해 놓고 한 번씩 꺼내먹다 보면 다음 장날쯤 떨어지고 다시 한통을 사서 정리해 놓고 먹다 떨어지고.. 또.. 또.. 하다 보면 수박을 봐도 먹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고 위엄만 느껴지는 찬바람 부는 계절이 된다. 언젠가 지난 장날에 사서 한 번씩 꺼내먹던 수박이 떨어져 집에 오다 장에 들렸다.수박을 사러 장에 갔지만 수박은 무거워 들고 다니기 힘들므로 맨 마지막에 사기로 하고 다른 걸 먼저 샀다.상추 오이 아삭이 고추 그리고 나를 닮은 깜찍한 호박까지~ *^^* 긴긴 여름 해가 지고 있었고 수박장사가 수박 떨..
전문가 전문가 집에서 길을 건너 오래된 학교만큼 오래된 나무가 있는 학교 너머에 북부시장이 있다.신발가게도 있다. 언젠가 잠깐 얘기했다."요샌 손님이 없어.다들 메이커만 찾아.당장 우리 얘들도 내가 주는 신발은 안 신어.분명히 좋은 신발인데.. 내가 잘 아는데..메이커 아니면 안 신어." 아 하나 빼먹을 뻔했다."할머니랑 같이 사는 애들은 여기 신발 신어." 아들놈이 유치원 때 용인 자연농원에 가서 물개 쑈를 봤다.아이들이 1+1은 얼마? 2+1은 얼마? 같은 질문을 하면 물개가 2나 3이 적힌 숫자 판 앞으로 가고 조련사는 어린이 여러분 우리 물개 친구가 참 잘하죠? 하면 아이들이 박수를 치고 하는 물개 쑈를 보러 갔다. 순서가 되자 아들놈이 질문을 했다.25 + 37은 얼마?물론 물개가 덧셈을 할 줄 모를 ..
세월이 가도 세월이 가도 아버지는 위 형님들하고 20년 나이차가 난다.금이야 옥이야 키운 막내아들을 논산훈련소에 보낼 때 할머니는 통곡하셨고 기저귀 차고 엄마 품에 있던 내게 얘가 크면 군대 안 보내는 세상이 와야 할텐데 하셨다. 60년이 지나 논산훈련소에서 보낸 문자를 받았다.크리스마스 전날 논산 훈련소에 보낸 아들놈이 훈련을 잘 마쳤다고 와보라고 해서 추운 날 피자집에서 둘이 피자를 먹었다. 아들놈이 백일 휴가를 나왔을 때 조그만 다리를 만들었다.시멘트 포장 농로에서 할머니 봉분으로 올라가는 길에 오래된 다리가 무너질까 싶었다.읍내 철물점에서 각재 두 단 합판 한 장 레미탈 10포 1 m 철근똥가리 30개를 사서 둘이 다리를 다시 만들었다. 다 만들고 그늘에 앉아 말했다.내가 1학년 때 5.18. 이 났고 졸업할..
미국시위 사태에 즈음하여. 백인 경관이 흑인 청년을 체포하면서 폭력으로 그 청년을 죽게 한 화면이 전 세계에 퍼졌다.그 뒤로 미국 전역에 불공정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와 그 시위 뒤끝으로 방화 및 약탈 기사도 올라온다.인종차별이라는 불공정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50년 전 고향은 근처에 공장도 없고 관광지도 없고 정말 아무것도 없어 오로지 농사만 지어먹고사는 촌이었다. 농사만 지어먹고사는 사정이다 보니 다들 뻔했다.다들 방하고 부엌만 있는 조그마한 초가삼간에 살았고 어쩌다 생선을 머리에 이고 다니는 생선장수 아줌마가 동네에 나타나면 그날 저녁 온 동네 저녁 메뉴가 다 조기찌개가 됐다.농사만 지어먹고사는 뻔한 탓에 먹는 문제 말고 다른 문제 즉 주거환경이나 문화생활 같은 건 파리에서나 할 수 있는 소리였다. 옷은 형이나 형뻘 되..
다른 의견 해 질 무렵 길 건너 담장을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퇴근하는 인파 속에 카페 유리 앞 벤치에 앉아 길 건너에 높다란 담장을 보고 또 보고 있었다.오가는 사람이 뜸해지는 틈을 타 담배를 한 대씩 피워가며 자잘한 돌 쪼가리로 쌓아 올린 담장을 보고 감탄하고 담배 한 대 피우며 또 보고 또 감탄하며 앉아 있었다. 그 담장은 광화문을 마주 보고 섰을 때 오른쪽으로 길 하나 건너에 있다. 광화문 오른쪽 길을 건너 종로문화원부터 한 블록쯤 되는 안국빌딩까지 제법 길다.꼭 기다란 고구마 한쪽 끝을 잘라낸 것 같은 돌 쪼가리를 쌓고 쌓고 또 쌓아 만들었다. 제법 긴 그 담장을 쌓느라 기다란 고구마 한쪽 끝을 잘라낸 것 같은 돌 쪼가리가 많이 필요했겠지만 그 돌 쪼가리를 사 오는 돈은 거의 안 들었을 것이다.석재로 가공하..
우주소년 아톰 우주소년 아톰 그때는 온통 빠졌었다.우주소년 아톰을 보기 위해 많은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렸다.그 후로 만난 여인들에게 바친 열정과 인내는 껨도 안되는 열정과 인내를 가지고 TV앞에서 기다렸다.5시 반이든가 화면조정시간이 끝나고 애국가가 나오고 짧은 뉴스가 나오고 그 중간중간에 광고가 나오고 드디어 "하늘 높이..날아라..우주소년 아톰~" 하는 우주소년 아톰 노래가 나오면 같이 보는 동생들을 의식해 가오를 잡는다고 짐짓 무심함을 가장했지만 내 마음은 아톰과 함께 안드로메다 끝을 날고 있었다. 십몇년이 지나 TV 컬러방송이 되고 우주소년 아톰을 컬러로 다시 봤을 때 흑백화면으로 봤을 때 느꼈던 열정과 인내는 모두 떠났다는 걸 알았다.화면을 보고 있었지만 화면을 보고있는게 아니었다.그후로 만난 여인들을 떠나 ..
자연산 회 " 고향이 혹 고흥 아니세요? "" 네 맞아요. 거기 출신이세요? " 전북 익산에 사는 내가 전남 고흥 말씨를 알아볼 수 있게 해 준 친구가 하나 있었다.'찐짜'라든가 '쪼끔'이라는 말을 할 때 악센트 주는 정도와 길이로 고흥 말투라는 걸 바로 알아볼 수 있게 해 준 친구다. 친구들이 한 번은 월미도에 모여서 회를 먹는데 양식이니 양이 적으니 다들 불평해댔다.고흥 그 친구가 단번에 상황을 정리했다. "고향에서 방문을 열고 쓰레빠 신고 뛰어도 3분이면 바닷물에 발 담가.배 들어올 때 한 번씩 나가면 이쪽 배 형님이 저쪽 배 아저씨가 팔딱팔딱 뛰는 고기 던져줘.광어 도미 우럭 다 자연산이여.100프로.쪼끔(이 단어 억양으로 고흥 말투를 구분할 수 있었다. 30년 지난 지금은 자신이 없다.)이라고.맛이나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