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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ex

telex

 

telex는 필수적인 소통수단으로 널리 쓰였지만 팩시밀리 등장 이후 사라졌다.
말하려는 사람의 의도를 점하나 선하나까지 나타낼 수 있는 팩시밀리 이후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타자기 자판을 벗어나는 표현은 곤란했던 telex는 빠르게 사라졌다.

 

88 올림픽 전후 외국 특히 유럽 쪽 명함을 몇 장 받았었다.
명함에는 이름 주소와 전화번호 그리고 telex 번호가 꼭 있었다.

 

telex를 보내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자판 범위 내에서 보내고 받는다는 기준이 있어 사실 telex로도 별 불편이 없었다.
팩시밀리가 그 기준을 무너뜨리고 더 편하게 해 줬을 뿐이다.

 

내가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곳은 작은 섬유회사 경리과였고 시간이 여유로 왔다.
할 일이 많았어도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할 일은 없었다.

 

사무실에 돌아다니던 타자기 하나를 붙들고 타자를 잘 치던 여직원한테 타자기 작동법을 물어 타자연습을 시작했다.
타자기 작동법을 듣고 타자연습을 위해 뭔가를 쳐야 하는데 막상 뭐 적당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 당시에 유행하던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를 열심히 치기 시작했다.
'밤 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 그 사람은 모를 거야 모르실 거야...'

 

서툴지만 나름 진지하게 한참 치다가 문득 어깨 위에 낯선 시선을 느꼈다.
평소 경리과엔 안 나타나시던 사장님이 비 내리는 영동교를 치고 있는 나와 내 앞에 타자기를 심각하게 보고 계셨다.

 

그 이후로 타자연습을 안 했다.
내가 아직도 노트북 자판을 독수리 타법으로 치는 이유다.

 

비록 독수리타법을 구사하지만 노트북 앞이나 핸드폰을 들고 자판 두드리는 속도가 느려 불편한 적은 없다.
무엇을 쳐야 할지 혹은 어떻게 쳐야 할지 몰라 곤란할 뿐이다.

 

P.S.
제 독수리타법을 봐주셨던 사장님 따랑혀유~ *^^*
구글에서 타자치는 모습을 검색하니 한 빳다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잔뜩 떠서 할 수 없이 제 모습하고는 180' 다른 아래 움짤을 어렵게 찾아 올려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