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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와 보리 대나무와 보리 지금껏 본 조경중 둘이 감동적이었다. 먼저 서울 교보빌딩 안 대나무다. 고향이 남쪽이다 보니 어려서 흔히 봤던 대나무를 서울로 이사 간 뒤로는 못 봤다. 입사원서를 접수하러 간 교보빌딩에서 뜻밖에 대나무를 보고 꼭 그 건물에서 근무하고 싶었다. 그 입사에는 실패했지만 대나무를 근 15년 만에 다시 봐서 감동적이었다. 다른 하나는 익산시 삼기농협 앞 보리화분이다. 삼기농협 앞 커다란 가로화분(街路花盆) 몇 개에 다 자란 보리가 하나 가득 있었다. 삼기농협 하나로 마트에 빵 하고 우유를 사러 갔다가 보리화분을 한참을 보고 있었다. 그때쯤 그 근처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보리를 화분에 심었다는 사실이 감동적이었다. 대나무나 보리가 여기 익산에서는 흔하디 흔하다. 대나무나 보리가 흔하디 흔해서..
나비처럼 훨훨 날아 나비처럼 훨훨 날아 아이들은 꽃을 보면 나비처럼 훨훨 날아간다.왼발 다음에 오른발이 나가지 않는다.왼발 다음에 왼발이 나간다. 어쩌다 왼발 다음에 오른발이 나가는 아이도오른발을 작게 나가 오른발이 나갔다는 걸 모르게 하거나오른발을 크게 나가 왼발이 나갔다는 걸 모르게 한다. 북부시장 사거리 교통 섬 네 귀퉁이에 핀 빨간 튤립을 지나는 아이들은 다 나비처럼 훨훨 날아갔다.나는 핸드폰으로 재빨리 빨간 튤립을 찍고 신호를 기다리는 체하며 다 봤다.
제비꽃 제비꽃 해마다 8,9월에 추석 벌초할 때는 몰랐다. 더위에 빨리 무성한 풀을 베고 한쪽에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서 일거다. 더위에 등 뒤 예초기 소음 진동에 안 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 오늘 아직은 텅 빈 산과 들을 보고 알았다. 이렇게 많은 새싹이 올라오고 이렇게 많은 제비꽃이 피는 줄을. 이 빈들에서 고사리 하나 캐고 담배 한 대 피우는 나이 든 촌 양반이 있다는 걸. 해마다 8,9월 추석 벌초 때 이쪽저쪽에서 들리는 예초기 소리에 나도 바빴나 보다. 공구상에 가서 아직 빌려가지 않은 예초기 중 쓸만한 걸 하나 빌려 풀을 깎고 저녁에 반납한다고. 무성한 풀을 깎으며 지난 1년 지난 10년 혹은 지난 그 이전을 생각한다고. 아직은 산과 들이 한가하다. 여름 더위도 실감 안 나고 무성한 풀과 나무도..
버려야할 습관 버려야할 습관 1. 나아니면 안된다.2. 네가 뭘 아무리.3. 시간이 없어서 못하겠다. 4. 이만하면 되겠지....5. 이 이상은 안된다.6.잘 되고 있는데 뭘...7. 누가 하고 싶어서 하나...8. 난 모르겠다.9. 왕년에 우리가 다 해 봤다. 구구절절 버려야할 습관이다.사무실 사람들 맨날 놀고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다.이런 안내판도 사오고.
꽃이 피면 꽃이 피면 우즈벡 팍티하르? 34살? 아침에 한번 들었지만 맞길바란다. 그 눈빛을 10년 전에 한번 봤다. 상주 불정 터널 현장에서. 오전 간식으로 부산우유 하고 빵을 먹으며. 디즈니 만화 정글북에 나오는 모글리처럼 생긴 태국 친구한테서. 내 디스플러스랑 타이거 쌈지 담배랑 바꿔 피웠던. 만리장성으로 신혼여행 갔다 왔다고 하던. 지갑에 와이프랑 몇 개월 된 딸 사진을 보여주던. 비가 오면 더 보고 싶다고 하던. 장마철이었는데. 아침에 잠깐 사무실에서 커피 마실 때. 유리문 밖으로 쭈그리고 앉아 담배 피우는 걸 봤다. 일하려고 나와보니 차 몰고 사라지고 있었다. 아침에 만경강 둑방길로 오지 말았어야 했다. 둑방길 벚꽃 보는 니 눈동자가 태국 모글리 같았다. 나도 일하러 가다 만경강 둑방길 벚꽃 보고 일하기..
Cheer up Baby Cheer up Baby 둘이 익산에서 장성으로 출퇴근했다. 그 양반은 나보다 서너 살 많아 보였고 둘이 같이 일하라고 한 사장은 다른 현장이 바빠 둘이 어떻게 일하는 지 신경 쓸 틈이 없었고 철근 엮고 거푸집 대고 공구리 치고 거푸집 떼고 또 철근 엮고 또 거푸집 대고 또 공구리치고 또 거푸집 떼고... 사실 일은 별 신경 쓸 게 없기도 했다.. 아침에 그 양반하고 나하고 둘이 그 양반 차를 타고 익산에서 장성으로 갔다 저녁에 그 양반 하고 나하고 둘이 그 양반 차를 타고 장성에서 익산으로 왔다. 나는 원래 부끄럼을 많이 타 말이 없지만 그 양반도 대단했다. 꼭 필요한 말만 했다. "왔어?" "저기서 저기까지 저거 하게" "밥 먹게" "집에 가게" "낼 보게" 일할 때는 그렇다 치고 익산에서 장성까지 ..
담배 담배 고명곤 나 어렸을 적에 사랑방 화로를 두고 할아버지는 큰아버지들이 보고 난 동아일보를 껌종이처럼 오리고 거기에 쌈지에서 담배가루를 꺼내말아 담배를 피우셨다. 조그만 나는 할아버지 담배 연기를 따라 천장 높이 올라가기도 사랑방 구석 저 너머 가기도 했다. 나 이제는 아파트 계단을 내려와 관리실 옆 느티나무 아래로 가서 일회용 라이터로 담배를 피운다. 누가 오면 급히 멈췄다 가면 급히 피우기를 반복한다.할아버지는 담배도 음식이니 잘 피우라고 하셨다. 나도 할아버지처럼 높이 멀리 보내고 싶다.
벚꽃 날리는 거리에서 벚꽃 날리는 거리에서 고명곤 벚꽃 날리는 거리에서 봄바람이 차면 얼마나 차다고 저기 저 얘들은 여자애한테 쟈켓 벗어준다고 활짝들 웃고 있나. 벚꽃 날리는 거리에서 봄바람이 차면 얼마나 차다고 저기 저 나이 든 양반은 버스 정류장에 혼자 앉아 핸드폰 들여다본다고 웅크리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