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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써니

미안해 써니

 

군산을 모르는 분 중에 군산비행장을 아는 분이 솔찮히 많다.

정확히 말하면 군산비행장 앞 부대찌개 맛집을 아는 듯하다.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한다.

 

아폴로 11호가 달나라에 착륙했던 해였으니 50년쯤 전이다.

군산시내에서 비행장으로 가는 중간쯤 동네에서 국민학교 2학년을 다녔다.

 

당시에는 도로포장상태가 뻔해서 왕복 4개 차선 중 왕복 2개 차선만 포장이 돼 있었다.

차가 워낙 없었으니 그 정도 포장도 충분했을 테다.

또 그 당시에는 눈이 왜 그리 많이 왔었는지 모르겠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날 벌어졌던 소동이다.

 

나하고 같은 반이었던 내 친구 여자애보다 두어 살 어린 동생 이름이 선희였다.

나하고 같은 반이었던 여자애 이름은 통 생각이 나질 않는다.

어쨌든 내 친구인 선희 언니하고 선희는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날 선희 언니 친구 집에 놀러 갔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군산에서 비행장으로 가는 길을 따라 집으로 오고 있었다.

 

함박눈을 맞아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워낙 펑펑 내리기 때문에 앞이 잘 안 보인다.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오던 내 친구 선희언니 하고 선희는 함박눈이 펑펑 내려 앞이 잘 안 보이는 군산에서 군산비행장으로 가는 왕복 4개 차선중 왕복 2개 차선만 포장된 길을 따라 집으로 오다가 눈 속에 갑자기 나타난 미군 트럭을 보고 내 친구 선희 언니는 길 옆으로 잘 피했고 선희는 아직 어려서인지 미끄러져 도로에 넘어졌다.

미군 트럭이 넘어진 선희를 덮쳤다.

 

다행히 트럭은 눈길이라 천천히 오고 있었고 미군트럭 운전병은 두 아이들을 보고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슬슬 미끄러지는 상태로 넘어진 선희를 바퀴에 닿지 않도록해 선희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트럭 밑에서 나왔다.

지금 기준으로도 랙카 차가 한대는 몰려올 교통사고라 마을 교장선생님 보건소 소장님 파출소 소장님이 모두 보건소에 모여 선희가 무사하다는 걸 확인하고 놀란 선희를 위해 별 쓸모없는 주사도 한대 놔주고 앞으로는 조심해야 한다는 훈시와 함께 과자도 들려서 선희가 차에 치었다고 들어 놀래서 보건소로 뛰어온 선희 엄마하고 내 친구 선희 언니와 선희는 집으로 왔다.

 

나는 교통사고를 보지 못했고 왜 함박눈 펑펑 쏟아지는 날 집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어린 동생을 데리고 놀러 댕기느냐고 선희 엄마한테 내 친구 선희 언니가 빗자루로 뚜들겨 맞았던 장면만 봤다.

선희 엄마한테 맞기는 선희 언니가 맞았지만 선희 엄마한테 내가 잘못했다고 언니 때리지 말라고 펑펑 울던 선희가 생각이 난다.

50년 전 오래된 얘기고 내 기억이 희미해졌지만 울던 선희가 생각이 난다.

 

나는 두어 달 뒤 전주로 이사를 가서 내 친구 선희언니도 선희도 다시 만난 적이 없다.

선희는 선희언니를 아직도 잘 따르리라고 생각한다.

 

역시 들었다.

쓸데없는 주사를 맞고 선희엄마가 올때까지 보건소 침대에 누워있던 선희에게 미군트럭 흑인 운전병이 쭈삣쭈삣 다가와 새하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단다.

" 미안해 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