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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커피 한잔 그동안 봤던 오토바이 중 가장 큰 오토바이를 탄 그 양반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좀 얼어 있었다. 나는 오토바이를 못 탄다. 오토바이를 타야 할 나이에 서울이라는 교통이 좋은 곳에 있었고 오토바이를 살 돈이 없었고 살 돈을 만들만한 주변머리도 없었다. 결정적으로 내가 오토바이를 꼭 타고 싶다는 남성미가 철철 넘치는 대범한 사람이 아니라서 그럴 것이다. 내가 오토바이 타는 양반들이 남성미 철철 넘치는 대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게 된 건 영화배우 최민수 때문이다. TV를 잘 안 보는 내가 TV를 볼 때만 최민수가 TV에 나왔는지 아니면 최민수가 TV에 늘 나오는데 내가 가끔 TV를 틀어 가끔 본 건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TV를 틀었을 때마다 본 최민수는 늘 할리데이비슨급 오토바이와 함께였다. 그래서..
고사리 고사리 고사리가 어디에 많냐고 알아봤는데. 네에. 군산 하고 나포 사이 많다고 하는 데가 있더라고. 그래요? 비 온 다음 날 장화 신고 갔거든. 많이 끊었어요? 에혀 고사리보다 고사리 끊으러 온 놈들이 더 많아. ㅎㅎㅎ 그거 보고 그냥 왔어. 올라가 보지도 않고요? 올라가면 뭐하냐 뻔한데. 그냥 마트 가서 5000원어치 사세요. 그래야겠지.
비가 오면 비가 오면 고 명 곤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은 것은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비가 내게 오지만 비가 내게만 오지 않는 것처럼요.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은 것은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밤새 현관앞 노란 수선화에 온 비가아침에 머리숱 휑한 내 이마에도 오는 것처럼요.
아줌마 파이팅 아줌마 파이팅 30년 전 유행했던 15층짜리 아파트 단지에 해당되는 얘기다. 요즘 유행하는 30층짜리를 가볍게 넘는 아파트 단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30년 전 15층짜리 아파트 창틀은 알루미늄이다. 당시 첨단을 달리던 창틀 재료로 알루미늄을 선택했을 테고 알루미늄 창틀이 나무나 철로 된 창틀에 비해 좋은 점이 있다. 나무처럼 비에 젖어 썩지 않고 철처럼 비에 젖어 녹슬지 않는다. 더군다나 창틀 나르는 노가다를 하는 내 관점에서 보면 알루미늄 창틀이 나무나 철 창틀보다 가벼워 들어 나르기가 많이 편할테고 이건 연약한 나한테는 확실히 매우 좋은 제품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좋은 점 투성이인 알루미늄 창틀에 안 좋은 점도 있긴 있다. 대표적으로 단열이 잘 안된다. 또 단열이 잘 안된다는 알루미늄 창틀의 대표..
외국인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KTX 호남선 익산 구간 일을 할 때였으니 몇 년 됐다. 한 겨울 허허벌판에서 찬바람 맞게 되면 누구라도 옆에 있는 사람하고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나도 아담하고 싹싹한 내 파트너였던 인도네시아 젊은 친구랑 가까워졌다.아침에 만나 찬바람 속에 같이 체조하고 찬바람 속에 같이 오전 간식으로 빵 먹고 찬바람 속에 같이 점심 먹고 찬바람 속에 같이 오후 간식으로 빵 먹고 일 끝나고 찬바람 속에 같이 잘 쉬라고 인사하고 하는 날들이 이어지다 보니 날이 풀리고 일이 끝날 쯤엔 퍽 가까워졌다.내가 50이 좀 넘었고 그 친구가 40이 좀 안됐으니 비슷한 나이가 만났을 때 문제 될 수 있는 경쟁의식 같은 긴장감도 없었다. 그 구간 일이 끝나고 나면 그 친구는 KTX 호남선 장성구간 공사를 위해 더 남쪽으..
내 첫 제자 내 첫 제자 인라인장에 들어섰을 때 뒤에서 들렸다. '' 저 아저씨한테 인라인 타는 법을 알려달라고 하자.'' 뒤돌아 보니 초등학교 1, 2학년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와 여자아이 엄마가 보였다. 나는 인라인을 타면서 무슨 동호회에 가입하지 않았고 누구한테 따로 배우지 않았다. 내가 인라인에 타고난 재능이 있거나 남다른 운동신경이 있어서가 아니다. 하루 일이 끝나고 내일 다시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시간이 없어서 그랬다. 동호회에 가입하면 인라인을 타기 위해 만나서 준비 운동하는데 한 시간을 보내고 막상 인라인은 30분 타고 또 내일 만나자고 정리하는데 한 시간 해서 인라인장에 있는 시간만큼은 인라인을 타야겠다는 여유가 없는 내 입장에서는 동호회가 별 흥미가 없었다.또 노가다한다고 종일 웅웅 거리는 장비 ..
장날에 장날에 매형이 60년 전 얘기를 들려줬다. "처남 나 말이야 국민학교 여름방학 일기가 방학 첫날 하고 마지막 날 하고 같았어. 똑 같았어. 아침 먹고 친구들이랑 물가에 가서 고기 잡고 놀다 저녁 먹고 잤다. 방학 내내 이랬어. 실제로 그랬어. 하루도 안 빼먹고." 30년 전 내가 30살 전후일 때 면 소재지에서 좀 더 들어간 리단위 촌 동네에서 2,3년을 살았다. 촌 동네에서 1년을 살아 보니 아침 먹고 나가서 일하고 점심 먹고 나가서 일하고 저녁 먹고 나가서 또 일해서 어제가 오늘 같고 작년이 오늘 같고 또 30년 전도 오늘 같았으리라는 걸 알았다. 이런 촌 동네에서 장 날은 특별했다. 우선 장에 가려면 아침 먹고 일 안 하거나 점심 먹고 일 안 하거나 저녁 먹고 또 일 안 하거나 해야 하니깐 하루 종..
공원에서 진실을 말하다. 공원에서 진실을 말하다. 저기서 아이가 찡얼거리며 유모차 미는 엄마를 따라오는 게 보였다.. 엄마가 앉아있는 나를 보고 말했다. 여기 아저씨한테 물어보자. 엄마하고 아이가 아니 엄마가 유모차로 위협하며 물었다. 이 공원에 매점없죠? ( 없다고해요. 존말할때 ) 나는 엄마하고 아이를 잠시 번갈아 보고 말했다. 꼬마야 이리 쭉 가면 매점이 있어. 글씨 읽을 줄 알지? 거기가서 아이스크림 쪼껄릿 사달라고 해. 꼬옥.( 유모차의 위협에 잠시 멈칫했지만 아이 눈에 매달린 눈물 한방울을 보는 순간 용기를 냈다. )엄마는 자신이 사람 보는 눈이 형편없다는 게 확인되자 분노에 휩싸여 소리쳤다. 이 아저씨 나쁜 아저씨야. 흑흑. 아이는 엄마가 내말에 분노의 눈물을 흘리자 찡얼거리던 걸 멈추고 나한테 혐오의 눈길을 한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