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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라인 타기 1475 봄이 좀 더 머물렀으면 좋겠다고요.25쯤 돼 보이는 여자가수가 금산사 뮤직 페스티벌에서 말했어요.무대에서 멀리 떨어져 듣는다고요.나뭇가지에 가려 잘 안 보였지만 음향기기가 빵빵해 잘 들렸어요.갑자기 눈물이 찔끔 나려고 했어요.60인 내가 이 봄을 조금 더 붙잡지 못 한 책임이 있는 거 같아서요.이어지는 노래는 잘 듣지 못했어요.이 봄 같은 노래를 들을 나는 이미 이 봄 따라 멀리 가버렸거든요.
인라인 타기 1474 우선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어. 정읍슈퍼가 있는 금산사 아래 상가 건물 자체가 오래됐으니까. 앞쪽에 리모델링을 마친 산뜻한 커피숍이 있지만 정읍슈퍼는 뒤쪽에 있고 무엇보다 허리가 굽은 쥔 양반을 보면 오래됐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 십몇년전 정읍슈퍼에서 컵라면을 달라고 했을 때 쟁반에 컵라면 나무젓가락 그리고 김치 한 종지 담아줘 맛있게 먹었던 기억을 다시 먹고 싶어 오늘도 컵라면 하나 달라고 했더니 굽은 허리로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다 부어준 쥔 양반 때문에 국물 한 방울 남지지 못하고 다 마셔야 했어.
인라인 타기 1473 5월에 금산사는 어색해. 텅 빈 겨울 금산사만 봐왔거든. 텅 빈 겨울 금산사만 봐오다 새로 돋은 나뭇잎이 온통 휘감은 5월에 금산사가 어색해 금산사 종각 은행나무 그늘에 숨어 저 아래 떠들썩한 모악산축제 소리를 들고 있어. 나보다 한참 늦게 옆 벤치에 앉은 나이 든 스님 한 분은 금세 일어나 초파일 연등 주렁주렁한 옆으로 새로 돋은 나뭇잎이 온통 휘감은 저 산 아래로 가버리고 나는 새로 돋은 나뭇잎에 온통 가려 보이지 앉는 5월에 금산사에 마저 앉아 있고.
인라인 타기 1472 바람이 나뭇잎을 하루 종일 흔들어요. 잔잔하게 잔잔하게 어쩌다 세차게요. 텅 빈 가지가 외로워 휭~휭~ 울던 지난 겨울이 생각날 때 그때는 나뭇잎을 세차게 흔들어요.
인라인 타기 1471 부쩍 더워진 날 배산 둘레길 입구 커다란 팽나무 그늘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로 앞에 왔다가 사라지는 KTX 열차와 저 건너편 언덕에 높이 올라가는 아파트 현장을 봐요. 한참 떠나고 싶었을 때는 저런 세상 편한 KTX 열차가 없었고 한참 머물고 싶었을 때는 저런 세상 편한 아파트가 없었지요. 이젠 떠나고 싶은 마음이 시들해져 저런 세상 편한 KTX 열차가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이젠 머물고 싶은 마음도 시들해져 저런 세상 편한 아파트가 그저 그런가 보다 하지요. 어느새 날이 저물고 배산 둘레길 입구 커다란 팽나무 그늘에 바람이 쌀쌀해 바로 앞에 왔다가 사라지는 KTX 열차와 저 건너편 언덕에 높이 올라가는 아파트 현장을 뒤로해요.
인라인 타기 1470 김제 넓은 들을 지나 찾은 고창읍성에는 철쭉이 피었어요. 흰 철쭉은 희게 빨간 철쭉은 빨갛게요. 바람 부는 날을 달려 찾은 고창읍성에는 철쭉이 피었어요. 새들은 울고 나비는 날아요.
인라인 타기 1469 I. 비가 내리려고 할 때 비가 내리려고 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불어올 때 비가 내리면 돼. 비가 내리면 구름은 물러가고 바람은 멈추거든. 비가 내리려고 할 때 비가 내리려고 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불어올 때 비가 내리지 않으면 안 돼. 비가 내리지 않으면 구름은 물러가지 않고 바람도 멈추지 않아. II. 비가 내리려고 할 때 비가 내리면 나는 하루를 그냥 보내. 비가 내리면 나는 하루를 그냥 우산을 쓰고 내리는 비를 맞아. 비가 내리려고 할 때 비가 내리지 않으면 나는 그냥 하루를 그냥 보내지 못해. 비가 내리지 않으면 나는 하루를 그냥 보내지 못하고 우산을 들고 비가 언제 내리려나 초조해해. III. 구름이 몰려와 비가 내리면 바람이 불어와 비가 내리면 나는 우산을 쓰고 몰려오는 구름을 보내고 나는 ..
인라인 타기 1468 집에서 배산으로 가는 길은 넓은지 아닌지 생각해 본 적이 없이 그냥 넓은 것 같았어. 오늘 100미터쯤 떨어져서 본 그 길은 넓은지 아닌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좁은 것 같아. 떨어진 거리만큼 언덕 아래는 보이지 않고. 떨어진 거리만큼 그 길은 그만큼 좁아졌고. 한 때 마음속에 넓게 자리했던 그 기억이 멀리 가버린 시간만큼 아련해져 오늘은 가슴이 아픈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