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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라인 타기 1451 벚나무 아래서 손을 내밀어 바람에 날리는 꽃잎을 잡아보려 했죠. 이리저리 손을 내밀어봐도 꽃잎은 바람에 날려 멀리 달아났고요. 벚나무 아래서 벤치에 앉아 바람에 날리는 기억을 잡아보려 했죠. 이리저리 고개를 저어봐도 기억은 바람에 날려 이제 희미해졌고요.
인라인 타기 1450 꽃잎은 바람에 날려 선운사 도솔천을 따라 흘러내리고요 나는 이 생각 저 생각에 잡혀 선운사 도솔천을 따라 걸어 올라가고요. 이 바람이 부는 도솔암까지 걸어 올라가면 이 길이 끝나는 도솔암까지 걸어 올라가면 나도 선운사 도솔천을 따라 흘러내리는 꽃잎처럼 이 생각 저 생각을 바람에 날려 보낼 수 있을는지요.
인라인 타기 1449 I. 전군도로를 달리다 신호에 걸려 벚꽃이 바람에 날리는 전군도로를 보고 있어. 벚꽃이 바람에 날리는 전군도로는 꿈길을 헤매는 것처럼 아득하기만 해. 오래 아주 오래 이대로이고 싶지만 뒤차 눈치가 보여 머뭇거릴 수 없어. 바람에 벚꽃이 날리는 전군도로에 오래 아주 오래 머뭇거리고 싶지만. II. 무덤덤하게 지내다 한 번씩 그리움이 사무칠 때가 있어. 그리움이 사무칠 때는 꿈길처럼 아득하기만 해. 오래 아주 오래 꿈길을 헤매고 싶지만 어제까지 내가 오늘부터 나를 그냥 놔두질 않아. 그리움이 사무칠 때는 오래 아주 오래 꿈길을 헤매고 싶지만. III. 전군도로에서 신호에 걸려 바람에 날리는 벚꽃을 봐. 오래 아주 오래 머뭇거리고 싶지만 신호에 걸려 어설프게. 한 번씩 그리움이 사무치면 아득한 꿈길을 헤매어...
인라인 타기 1448 나포에 가본 적 없어. 가끔 군산하구둑에서 강경으로 가는 길에 저만치 비켜 앉은 나포를 보기는 봤지만 이맘때 나포는 하얀 벚꽃으로 푹 파묻히고 또 그 속으로 1톤 트럭이라도 한 대 달리고 있으면 이맘때 나포는 너무나 먼~먼~ 꿈결 같아 짜장면이라도 한 그릇 먹으러 가볼까 하는 생각도 하지 못하겠더라고.
인라인 타기 1447 벚꽃이 이쁠 때는 벚꽃이 이쁘게 피었을 때야. 벚꽃이 가장 이쁠 때는 벚꽃이 가장 이쁘게 피었을 때야. 언니는 골똘히 스마트 폰을 보고. 동생은 발 까딱 과자봉지를 들고. 배산 가는 우림아파트 담 너머에 벚꽃이 가장 이쁘게 피었더라고.
인라인 타기 1446 일 년 내내 해가 들지 않는 보일러실이 문득 밝아졌어. 일 년 내내 해가 들지 않는 뒤쪽 화단에 햇살을 못 받고 키만 껑충한 벚나무가 꽃 한 줌 피워 일 년 내내 해가 들지 않는 보일러실이 해가 든 것처럼 문득 밝아졌어. 아 물론 며칠 비 오던 배산 벚꽃이 오늘 맑은 하늘아래서 얼마나 눈부셨는지는 말로는 다 못하지.
인라인 타기 1445 뽕나무 가지를 꺾어 던지려 했는데 던지지 못하고 그냥 놔뒀다네. 속 알맹이는 쉽게 꺾었지만 겉 껍질은 쉽게 끊어지지 않아 그냥 놔뒀다네. 어렸을 때는 팽이채를 만든다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숱하게 벗겨냈던 뽕나무껍질을 이제는 팽이채를 만들지 않는다고 몇 번 비틀어보다 에이 그냥 놔뒀다네.
인라인 타기 1444 비에 젖은 꽃 잎 하나 차 앞 유리에 날아와 나는 와이퍼로 닦지도 못 본채 하지도 못하고. 비에 젖어 흐린 눈으로 비에 젖어 지는 꽃길을 나는 더 가야 하는지도 서야 하는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