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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라인 타기 1437 I. 나는 관리사무소 뒤 옹벽이 움푹 들어간 데다 차를 받쳐. 어쩌다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어 거기에 차를 받치지 못하더라도 거기 가까운 데다 차를 받쳐. 나는 차를 받친 관리사무소 뒤 옹벽을 보고 하루를 짐작해. 언제나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어도 거기를 기준으로 다른 데는 어떨 거라고. II. 나는 관리사무소 뒤 옹벽이 움푹 들어간 곳이 다른 데보다 따듯하다는 건 알아. 어쩌다 너무 추운 겨울을 나게 되면 거기 벚꽃은 다른 데보다 일찍 피고 너무 춥지 않은 겨울을 나게 되면 거기 벚꽃은 다른데 벚꽃보다 훨씬 더 일찍 피어. 나는 다른 데보다 따듯한 관리사무소 뒤 옹벽이 움푹 들어간 데 벚꽃을 보고 다른데 벚꽃을 짐작한다는 게 틀릴 수 있다는 건 알아. 언제나 관리사무소 뒤 옹벽이 움푹 들어간 데가 다른..
인라인 타기 1436 정읍천변 벚꽃축제에 간 건 거기 벚꽃이 배산벚꽃축제에 아직 피지 않은 벚꽃보다 좀 더 피었겠지 하고 짐작해서야. 정읍천변이 집 뒤 배산보다 따듯해서 벚꽃도 좀 더 피었을 거라고. 막상 정읍천변 벚꽃축제에 가보니 집 뒤 배산 벚꽃축제처럼 며칠 비를 맞고 바람을 맞았는지 벚꽃은 아직 피지 않았어. 정읍천변이 집 뒤 배산보다는 따듯할 거라는 짐작이 틀렸던 거라고. 근데 사실은 정읍천변 벚꽃축제에 벚꽃을 보러 갔다는 건 핑계야. 근데 사실은 정읍천변 벚꽃축제에 벚꽃을 보러 온 사람을 보러 갔던 거야. 언제였던가 내 앞에서 정읍천변 벚꽃축제장으로 갔던 적재함에 녹이 올라오는 1톤 트럭을 탔던 늙은 내외를 본 뒤로는 벚꽃이 좀 더 피었는지 아닌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게 됐던 거라고.
인라인 타기 1435 어제는 종일 비가 내려 막 피어나려는 벚꽃이 움츠러들었고 오늘은 종일 바람이 불어 한참 눈부시던 목련이 사그라들었어. 꽃이 핀다고 내가 피는 것도 아니고 꽃이 진다고 내가 지는 것도 아닌데 꽃처럼 피었다 또 졌던 기억 때문에 봄밤은 혼자 오도거니 깊어만 가.
인라인 타기 1434 배산 사거리에서 직진해 집으로 바로 안 가고 우회전 신호 받아 배산 앞을 지나친 게 이번이 두 번째 야. 어젯밤에도 꽃 봉오리가 통통하기만 했을 뿐 일찌감치 들어선 배산벚꽃축제 천막 불빛만 새초롬했는데 오늘은 빗속에서도 하얀 꽃망울이 하나 둘 비치기 시작해 배산 사거리에서 직진해 집으로 바로 안 가고 필 때 되면 알아서 피고 질 때 되면 알아서 지는 벚꽃 본다고 나는 또 몇 번이고 우회전 신호 받아 배산 앞을 지나칠 거야.
인라인 타기 1433 어제 봄비가 내려 서수 벌판 보리싹은 한결 푸릇푸릇 해졌고 오늘 봄햇살이 내려 배산 앞 벚나무는 한결 들썩들썩 부풀었어. 이런 밤이 되면 안개는 가로등 아래 부드럽게 피어오르고 어느 집 개는 컹컹 하릴없이 몇 번 짖어보다 이내 관두더라고.
인라인 타기 1432 오늘은 하늘이 참 맑아. 어제 밤새 비가와서 그럴 거야. 오늘은 맑은 하늘처럼 관리실 앞 벚꽃이 활짝 피었어. 어제는 비가 오고 흐려 활짝 피었어도 잘 몰랐을 거야. 오늘은 맑은 하늘처럼 관리실 앞 벚꽃이 활짝 피었어.
인라인 타기 1431 어제저녁 활짝 핀 벚꽃을 봤어. 이른 봄날 저녁 하루종일 삼기 들판에서 시린 봄바람을 맞다 집으로 오는 원광대 옆 길에서. 다른 데 벚나무는 아직은 아냐. 배산에서는 곧 벚꽃 축제 한다고 울긋불긋 천막을 쳤지만 아직 벚꽃은 하나도 피지는 않았어. 그놈만 성질이 급해서인지. 거기만 이봄이 찾아와서인지. 오늘 낮 비가 추적추적 내렸어. 어제저녁 뜻밖에 거기 그 벚꽃을 보고 환해졌던 마음이 오늘 낮 비에 젖어 다시 침침해졌어.
인라인 타기 1430 배산에서 내려오는 길에서 벙거지 모자를 쓰고 핑크색 등산화를 신은 할머니가 대나무 막대기를 들고 있는 걸 봤어. 요새는 다 플라스틱 막대기나 알루미늄 막대기를 쓰고 또 그렇게 된 지 오래됐는데 대나무 막대기를 어디에 쓰려는 걸까? 어렸을 때 딱히 쓸데가 없어 허공을 맥없이 휘저어보다 어느 날 어디로 없어졌는지 모르게 잊어버리곤 하던 그. 대나무 막대기를 든 할머니 얼굴이 꼭 그랬어. 별 쓸모는 없지만 대나무 막대기를 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좋아 어쩔 줄 모르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