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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라인 타기 1467 배산 둘레길에서 발을 잘 못 디뎌 휘청거렸어요. 소나무 사이로 하얀 꽃이 보였고 벚꽃인가 헷갈려하다 발을 잘 못 디뎠던 거죠. 근데 사실 그 꽃은 벚꽃을 닮지 않았어요. 벚꽃 생각이 나서 그랬던 거죠. 벚꽃 닮은 사람 생각이 나서요. 벚꽃은 한참 전에 다 졌는데요.
인라인 타기 1466 가로등이 켜진 새벽에 비는 이젠 제법 푸르러진 배산 사거리 은행나무 가로수에 비치게 내리고 또 빗방울이 아직은 섬뜩한 새벽에 비는 먼저번 도로랑 맞춰 포장했지만 이젠 울퉁불퉁해진 배산 사거리 도로를 적시며 내려요. 가로등이 꺼져 흐릿한 새벽이 걷히고 아침이 부옇게 밝아 오면 비는 어디든 다 내리겠지만 아직 가로등이 켜있고 빗방울이 당분간 차가울 새벽에는 고맙게도 이젠 제법 푸르러진 배산 사거리 은행나무 가로수에만 비치며 내리고 또 고맙게도 먼저번 도로랑 맞춰 포장했지만 이젠 울퉁불퉁해진 배산사거리 도로만 적시며 내려요.
인라인 타기 1465 김반장님은 며칠 전부터 오늘은 가족들이 다 모여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고 좋아했는디. 김반장님은 며칠 전부터 오늘은 청바지에 흰 티를 입고 사진을 찍기로 했다고 소풍 가는 애들처럼 좋아했는디. 이런 비가 오잖아. 아오 짜증 나게 말야. 오늘도 김반장님은 언제나처럼 무덤덤하게 사진을 찍을 테지만 가족들 흰 티가 비에 젖는 걸 볼 김반장님 허전한 이마를 생각하면 내가 다 짜증이 난다고.
인라인 타기 1464 가끔 지나다니며 보는 계문 초등학교가 이쁜 학교라고 생각했어. 계문 초등학교 '계'라는 글자가 달나라 월계수 '계'라는 생각이 들어서야. 정말로 그런지는 잘 몰라. 그러겠지 생각만 하는 거야. 새벽 안개에 몽롱한 빨간 철쭉이 학교 쪽으로 이어진 걸 본 다음부터는 더야.
인라인 타기 1463 며칠 마실 보리차를 끓였어요. 지난겨울에 마셨던 구수한 무우차 찌끄래기도 같이요. 보리차를 끓이고 나서 끓는 물이 아까와 커피를 탔는데요 지난겨울을 견뎌내고 이젠 쿰쿰해진 무우차 맛도 나네요.
인라인 타기1462 여기 나는 잠시 망치질을 하고. 저기 배추밭 나비는 한참 동안 봄볕에 춤을 추고. 배추밭 너머 멀리 고속도로에 차들은 하루 종일 이쪽으로 달리고 저쪽으로 달리고. 햇살 아련한 봄날이면 바로 알 수 있어. 여기 나는 잠시 망치질을 하고 저기 배추밭 나비는 한참 동안 춤을 추고 배추밭 너머 멀리 고속도로에 차들은 하루종일 이쪽으로 달리고 저쪽으로 달린다는 걸.
인라인 타기 1461 일하고 있었어. 인도에 공사 중 펜스를 치고. 화가 난 듯했어. 작은 여자애가 펜스 앞에서. 달라져서 일거야. 매일 학교에 오고 가는 길이. 금세 환해졌어. 바로 옆 돌아가는 길을 보더니.
인라인 타기 1460 첫 번째 레미콘이 가고 30분 넘게 두 번째 레미콘이 오지 않아 올해는 농사를 짓지 않는지 풀 속에 배추꽃이 껑충 커버린 옆에 배추밭에 나비를 본 거야. 두 번째 레미콘이 가고 30분 넘게 세 번째 레미콘이 오지 않아 나비가 나르는 옆에 배추밭 너머 멀리 고속도로에 느리고 빠르게 달리는 차들을 본 거야. 첫 번째 레미콘이 30분 늦게 왔거나 두 번째 세 번째 레미콘이 30분씩 일찍 왔다면 못 봤을 거야. 봄은 아련한 햇살아래 나비가 나르고 그 너머 멀리 고속도로에 차들이 느리고 빠르게 달린다는 걸. 나는 아련한 햇살아래 망치질을 하기도 하고 지난 여름 가을 겨울에도 망치질을 하기도 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