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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라인 타기 1443 봄 비가 내려 꽃잎이 젖어드는 날 꽃 피는 고개너머 서수해장국집에서 소머리곰탕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출입문 옆 처마에서 비를 피해 가며 담뱃불을 붙여물고 해장국집 건너 텅 빈 주차장에 내리는 비를 봐요. 비 내리는 텅 빈 주차장 젖은 벚꽃은 이 비가 지나가면 다시 환해지겠죠.
인라인 타기 1442 봄비 내리는 날 서수황토찜질방 텃밭에는 작년에 심어 겨울을 견딘 가느다랗게 가느다랗게 위로만 자란 봄비 내리는 날 하염없이 흔들리기만 하는 언제부턴가 무덤덤해진 가느다란 배추꽃이 비를 맞고 있어.
인라인 타기 1441 비가 꽃잎처럼 내려 서수황토찜질방 자줏빛 목련이 질 때 막 피어난 분홍빛 철쭉은 꽃잎처럼 내리는 비에도 고개를 숙여 나는 찜질방 처마에 앉아 비 내리는 마당을 하염없이 내려본다. 저 소나무 언덕 너머엔 꽃이 필까. 저 소나무 언덕 너머엔 꽃이 질까.
인라인 타기 1440 비는 내리고 벚꽃은 지고. 기억은 남고 사랑은 졌고. 내 벚꽃은 내 사랑은 내리는 비에 힘없이 졌고.
인라인 타기 1439 밤이 깊어가고 투덕투덕 비가 내려요. 가끔 빗소리에 섞인 노랫소리도 들리고요. 집 뒤 배산벚꽃축제에서 노래를 부르나 봐요. 빗소리에 희미하지만 누가 부르는지 나는 알지요. 깊어가는 밤 비가 내려 아무도 없는 축제장에서 우두거니 비를 지키는 국화빵 천막 사장님이든 아니든 깊어가는 밤 비에 젖어드는 무대가 안타까워서 조명에 날리는 비를 보며 한 곡 뽑고 있을 거라는 걸요.
인라인 타기 1438 초등학교 여자애가 꺄악~비명을 질러요. 배산 벚꽃축제에서 미니 바이킹을 타면서요. 초등학교 여자애가 지른 꺄악~ 비명소리는 시끌벅적한 각설이무대 음식코너들 사이를 뚫고 하늘높이 날아 이 작은 축제장을 한 번에 돌아보기에도 버거워 축제장 한쪽 끝에 앉아 미니 바이킹을 올려보며 아련한 기억을 더듬는 나한테는 넘 즐겁게 들려요. 나도 내년엔 미니 바이킹을 타고 꺄악~비명을 지르겠다고 다짐해요.
인라인 타기 1437 I. 나는 관리사무소 뒤 옹벽이 움푹 들어간 데다 차를 받쳐. 어쩌다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어 거기에 차를 받치지 못하더라도 거기 가까운 데다 차를 받쳐. 나는 차를 받친 관리사무소 뒤 옹벽을 보고 하루를 짐작해. 언제나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어도 거기를 기준으로 다른 데는 어떨 거라고. II. 나는 관리사무소 뒤 옹벽이 움푹 들어간 곳이 다른 데보다 따듯하다는 건 알아. 어쩌다 너무 추운 겨울을 나게 되면 거기 벚꽃은 다른 데보다 일찍 피고 너무 춥지 않은 겨울을 나게 되면 거기 벚꽃은 다른데 벚꽃보다 훨씬 더 일찍 피어. 나는 다른 데보다 따듯한 관리사무소 뒤 옹벽이 움푹 들어간 데 벚꽃을 보고 다른데 벚꽃을 짐작한다는 게 틀릴 수 있다는 건 알아. 언제나 관리사무소 뒤 옹벽이 움푹 들어간 데가 다른..
인라인 타기 1436 정읍천변 벚꽃축제에 간 건 거기 벚꽃이 배산벚꽃축제에 아직 피지 않은 벚꽃보다 좀 더 피었겠지 하고 짐작해서야. 정읍천변이 집 뒤 배산보다 따듯해서 벚꽃도 좀 더 피었을 거라고. 막상 정읍천변 벚꽃축제에 가보니 집 뒤 배산 벚꽃축제처럼 며칠 비를 맞고 바람을 맞았는지 벚꽃은 아직 피지 않았어. 정읍천변이 집 뒤 배산보다는 따듯할 거라는 짐작이 틀렸던 거라고. 근데 사실은 정읍천변 벚꽃축제에 벚꽃을 보러 갔다는 건 핑계야. 근데 사실은 정읍천변 벚꽃축제에 벚꽃을 보러 온 사람을 보러 갔던 거야. 언제였던가 내 앞에서 정읍천변 벚꽃축제장으로 갔던 적재함에 녹이 올라오는 1톤 트럭을 탔던 늙은 내외를 본 뒤로는 벚꽃이 좀 더 피었는지 아닌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게 됐던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