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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라인 타기 1469 I. 비가 내리려고 할 때 비가 내리려고 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불어올 때 비가 내리면 돼. 비가 내리면 구름은 물러가고 바람은 멈추거든. 비가 내리려고 할 때 비가 내리려고 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불어올 때 비가 내리지 않으면 안 돼. 비가 내리지 않으면 구름은 물러가지 않고 바람도 멈추지 않아. II. 비가 내리려고 할 때 비가 내리면 나는 하루를 그냥 보내. 비가 내리면 나는 하루를 그냥 우산을 쓰고 내리는 비를 맞아. 비가 내리려고 할 때 비가 내리지 않으면 나는 그냥 하루를 그냥 보내지 못해. 비가 내리지 않으면 나는 하루를 그냥 보내지 못하고 우산을 들고 비가 언제 내리려나 초조해해. III. 구름이 몰려와 비가 내리면 바람이 불어와 비가 내리면 나는 우산을 쓰고 몰려오는 구름을 보내고 나는 ..
인라인 타기 1468 집에서 배산으로 가는 길은 넓은지 아닌지 생각해 본 적이 없이 그냥 넓은 것 같았어. 오늘 100미터쯤 떨어져서 본 그 길은 넓은지 아닌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좁은 것 같아. 떨어진 거리만큼 언덕 아래는 보이지 않고. 떨어진 거리만큼 그 길은 그만큼 좁아졌고. 한 때 마음속에 넓게 자리했던 그 기억이 멀리 가버린 시간만큼 아련해져 오늘은 가슴이 아픈 것처럼.
인라인 타기 1467 배산 둘레길에서 발을 잘 못 디뎌 휘청거렸어요. 소나무 사이로 하얀 꽃이 보였고 벚꽃인가 헷갈려하다 발을 잘 못 디뎠던 거죠. 근데 사실 그 꽃은 벚꽃을 닮지 않았어요. 벚꽃 생각이 나서 그랬던 거죠. 벚꽃 닮은 사람 생각이 나서요. 벚꽃은 한참 전에 다 졌는데요.
인라인 타기 1466 가로등이 켜진 새벽에 비는 이젠 제법 푸르러진 배산 사거리 은행나무 가로수에 비치게 내리고 또 빗방울이 아직은 섬뜩한 새벽에 비는 먼저번 도로랑 맞춰 포장했지만 이젠 울퉁불퉁해진 배산 사거리 도로를 적시며 내려요. 가로등이 꺼져 흐릿한 새벽이 걷히고 아침이 부옇게 밝아 오면 비는 어디든 다 내리겠지만 아직 가로등이 켜있고 빗방울이 당분간 차가울 새벽에는 고맙게도 이젠 제법 푸르러진 배산 사거리 은행나무 가로수에만 비치며 내리고 또 고맙게도 먼저번 도로랑 맞춰 포장했지만 이젠 울퉁불퉁해진 배산사거리 도로만 적시며 내려요.
인라인 타기 1465 김반장님은 며칠 전부터 오늘은 가족들이 다 모여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고 좋아했는디. 김반장님은 며칠 전부터 오늘은 청바지에 흰 티를 입고 사진을 찍기로 했다고 소풍 가는 애들처럼 좋아했는디. 이런 비가 오잖아. 아오 짜증 나게 말야. 오늘도 김반장님은 언제나처럼 무덤덤하게 사진을 찍을 테지만 가족들 흰 티가 비에 젖는 걸 볼 김반장님 허전한 이마를 생각하면 내가 다 짜증이 난다고.
인라인 타기 1464 가끔 지나다니며 보는 계문 초등학교가 이쁜 학교라고 생각했어. 계문 초등학교 '계'라는 글자가 달나라 월계수 '계'라는 생각이 들어서야. 정말로 그런지는 잘 몰라. 그러겠지 생각만 하는 거야. 새벽 안개에 몽롱한 빨간 철쭉이 학교 쪽으로 이어진 걸 본 다음부터는 더야.
인라인 타기 1463 며칠 마실 보리차를 끓였어요. 지난겨울에 마셨던 구수한 무우차 찌끄래기도 같이요. 보리차를 끓이고 나서 끓는 물이 아까와 커피를 탔는데요 지난겨울을 견뎌내고 이젠 쿰쿰해진 무우차 맛도 나네요.
인라인 타기1462 여기 나는 잠시 망치질을 하고. 저기 배추밭 나비는 한참 동안 봄볕에 춤을 추고. 배추밭 너머 멀리 고속도로에 차들은 하루 종일 이쪽으로 달리고 저쪽으로 달리고. 햇살 아련한 봄날이면 바로 알 수 있어. 여기 나는 잠시 망치질을 하고 저기 배추밭 나비는 한참 동안 춤을 추고 배추밭 너머 멀리 고속도로에 차들은 하루종일 이쪽으로 달리고 저쪽으로 달린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