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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라인 타기 1485 배산 둘레길편백나무 아래 평상에 누워편백나무 위바람에 흐르는 구름을 봐요.구름은 바람 따라저만치 흘러가고요나는 바람 따라이만치 흘러왔고요.
인라인 타기 1484 I. 관리실 뒤 주차장 옹벽에 빨간 장미가 피었어요. 담쟁이덩굴 푸른 잎 사이로 빨간 장미가 피었어요. 엊그제 비에 풀 죽었다 오늘 햇살에 반짝이는 5월 바람에 짐짓 흔들리는 빨간 장미가 피었어요. II. 마트로 라면 사러 갈 때 70쯤 된 딸이 90쯤 된 엄마 휠체어를 밀고 갔어요. 빨간 장미가 핀 관리실 뒤 주차장 옹벽에 70쯤 된 딸이 90쯤 된 엄마 휠체어 가득 웃음을 실어 놓고요. 마트에서 라면을 사 돌아왔을 때 아까 그 70쯤 딸이 이제 집으로 돌아가나 봐요. 빨간 장미가 핀 관리실 뒤 주차장 옹벽에 아까 그 70쯤 된 딸이 숙인 고개 가득 울음을 내려 놓고요. III. 관리실 뒤 주차장 옹벽에 빨간 장미가 피었어요. 어두운 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담배 피우다 차 트렁크 전지가위를 찾아 한송이..
인라인 타기 1483 비 내리는 하늘을 본 적이 없어. 어쩌다 고개를 들어 볼까 하다가도 시린 빗방울에 얼른 고개를 숙였어. 혹 잘못해서 우는 하늘을 볼까 봐 혹 잘못해서 우는 나를 보일까 봐 비 내리면 서둘러 우산을 폈어.
인라인 타기 1482 바람 부는 저녁엔마실을 가지요.오늘 같은 어제가 지나오늘 배산이 어제 배산이랑 다르면 또 오늘 같은 내일이 지나또 오늘 배산이 내일 배산이랑 다르면반 바지에 슬리퍼를 끌고 바람 부는 배산으로마실을 가지요.
인라인 타기 1481 I. 이팝나무 꽃이 피었어요. 색깔도 모양도 푸근한 이팝나무 꽃이 피었어요. 낮에도 푸근하지만 밤이면 더 푸근한 이팝나무 꽃이 피었어요. 낮에는 이것저것 보이는 게 많아 지나치고 낮에는 이것저것 생각해야 할게 많아 지나쳤다 밤이 되고 가로등이 비치면 꿈결처럼 푸근한 이팝나무 꽃이 피었어요. II. 내가 나를 어쩌지 못해 내가 사나워지면 찾는 군산 가는 길에 아파트가 여기저기 새로 들어섰지만 이름은 여전히 푸근한 송학동으로 군산 가는 길에 한번 보면 눈에 쏙 들어오지 않지만 다시 봐도 눈에 쏙 들어오지 않지만 군산이라고 뭐가 다를까 아무것도 못 찾고 되돌아 누운 밤이면 떠오르는 이팝나무 꽃이 피었어요. III. 이팝나무 꽃을 보며 간 군산에서 늦은 점심으로 김밥하고 라면을 먹어요. 군산 공설시장 스낵코너 ..
인라인 타기 1480 대청소는 생각도 안 했는데 대청소를 해야 했어요.창문을 활짝 열고 쓸고 닦고 대청소를 해야 했어요.대청소는 생각도 안 했는데 대청소를 해야 했어요.젓가락이 식탁 밑으로 떨어져 대청소를 해야 했어요.젓가락을 찾다 보니 어느새 쌓였던 먼지가 눈에 들어와괜찮다고 했는데 어느새 쌓였던 슬픔이 가슴에 가득 차창문을 활짝 열고 쓸고 닦고 대청소를 해야 했어요.대청소는 생각도 안 했는데 대청소를 해야 했어요.
인라인 타기 1479 I. 아침 이슬 촉촉한 오산 들판을 달렸어. 아침 이슬에 보리 이삭이 팬 오산 들판을 달렸어. 해가 떴고 아침이슬은 곧 사라질 거야. 해가 떴고 아이들은 노란 스쿨버스를 기다려. 내가 쪼끔 전에 지나쳐 온 노란 스쿨버스를 아이들은 가끔 고개를 빼고 기다리고 있더라고. 나한테는 이제 아득한 옛 일이고 다 잊혔는데 아이들은 스쿨버스가 어디쯤 오는지 궁금한가 봐. II. 아침 이슬 촉촉한 오산 들판을 달렸어. 아침 이슬이 어젯밤 꿈같은 오산 들판을 달렸어. 해가 떴고 어젯밤 꿈은 곧 사라질 거야. 해가 떴고 아이들은 노란 스쿨버스 같은 어젯밤 꿈을 기다려. 내가 오래전에 지나쳐 온 어젯밤 꿈을 아이들은 가끔 고개를 빼고 기다리고 있더라고. 나한테는 이제 어쩌다 한 번씩 희미하게 생각나는데 아이들은 오늘도 어젯..
인라인 타기 1478 밤새 비가 왔었나 봐.온다 간다 아무런 말 없이.아침에 눈을 떴을 때바닥이 아주 조금 젖어 있었어.그렇듯 흐느끼던 기억처럼그렇듯 사라져간 기억처럼밤새 비가 왔었나 봐.온다 간다 아무런 말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