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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날에 장날에 매형이 60년 전 얘기를 들려줬다. "처남 나 말이야 국민학교 여름방학 일기가 방학 첫날 하고 마지막 날 하고 같았어. 똑 같았어. 아침 먹고 친구들이랑 물가에 가서 고기 잡고 놀다 저녁 먹고 잤다. 방학 내내 이랬어. 실제로 그랬어. 하루도 안 빼먹고." 30년 전 내가 30살 전후일 때 면 소재지에서 좀 더 들어간 리단위 촌 동네에서 2,3년을 살았다. 촌 동네에서 1년을 살아 보니 아침 먹고 나가서 일하고 점심 먹고 나가서 일하고 저녁 먹고 나가서 또 일해서 어제가 오늘 같고 작년이 오늘 같고 또 30년 전도 오늘 같았으리라는 걸 알았다. 이런 촌 동네에서 장 날은 특별했다. 우선 장에 가려면 아침 먹고 일 안 하거나 점심 먹고 일 안 하거나 저녁 먹고 또 일 안 하거나 해야 하니깐 하루 종..
공원에서 진실을 말하다. 공원에서 진실을 말하다. 저기서 아이가 찡얼거리며 유모차 미는 엄마를 따라오는 게 보였다.. 엄마가 앉아있는 나를 보고 말했다. 여기 아저씨한테 물어보자. 엄마하고 아이가 아니 엄마가 유모차로 위협하며 물었다. 이 공원에 매점없죠? ( 없다고해요. 존말할때 ) 나는 엄마하고 아이를 잠시 번갈아 보고 말했다. 꼬마야 이리 쭉 가면 매점이 있어. 글씨 읽을 줄 알지? 거기가서 아이스크림 쪼껄릿 사달라고 해. 꼬옥.( 유모차의 위협에 잠시 멈칫했지만 아이 눈에 매달린 눈물 한방울을 보는 순간 용기를 냈다. )엄마는 자신이 사람 보는 눈이 형편없다는 게 확인되자 분노에 휩싸여 소리쳤다. 이 아저씨 나쁜 아저씨야. 흑흑. 아이는 엄마가 내말에 분노의 눈물을 흘리자 찡얼거리던 걸 멈추고 나한테 혐오의 눈길을 한번 ..
미용실에서 미용실에서 옆머리랑 뒷머리만 잘라주세요. 네..뭐 앞머리는 세달이 됐는데도 그대로네요. 뭐 이 나이에 스타일은요. 내 머리가 나 찌르는 걸 내가 못참겠는데요 뭐. 근데 오늘은 손님이 좀 있네요. 아 수능들 망치고 기분전환으로 염색하고 빠마요. 숱도..윤기도 다들 머리 차암 이쁘네요. 벌써요 하긴 뭐 자를것도 없지요. 만원이지요? 근데요. 내가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나도요.. 스므살때요 군대갈 때요.. 어깨까지 치렁처렁한 머리를 빡빡깍으러 갔을때요.. 그 때 미용실 아줌마가 이 고운 머리를 어떻게.. 눈물 글썽했던 때가 있었다고요.. 아 뭐 그렇다고요.. 약올라서요.. 인제 가요..
배산벚꽃축제 배산 벚꽃축제 단지가 조용해지는 늦은 밤에 가만히 귀 기울이면 들려온다. 길 건너 저기 배산 입구 주차장에서 벚꽃축제 불 밝히고 마이크 잡는 소리가. 잘 나가던 때가 그리워 내 나이가 어때서~ 돌아오지 않을 젊음이 아쉬워 안동역에서~ 마이크 잡는 사람도 귀 기울이는 사람도 안동역에 나갈 나이는 다 지났겠지만. *해마다 봄이 오고 꽃이 피면 집 뒤 배산에서 벚꽃축제가 열린다. *대체로 60인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오는데 열정은 10,20,30,40,50 대 보다 더하다. *이사 와 15년을 지켜본 결과 술에 달아올라 마이크 잡는 얼굴들이 꽃보다 예뻤다. *코로나19로 올 축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꽃은 어디에도 있다. 꽃은 어디에도 있다. 도로공사 현장에서 알았다. 아스팔트를 포장하기 전에 골재를 깔고 다져야 한다고. 도로공사 현장에서 알았다. 덤프가 골재를 뭉텅 붓고 가면 그레이더가 골재를 깔고 로라가 골재를 다지고 아스팔트 포장을 한다고. 도로공사 현장에서 알았다. 녹슨 철근 똥가리를 간격에 맞춰 박고 녹슨 철근 똥가리마다 레벨을 찍고 레벨이 눈에 잘 띄게 빨강 천 조각을 묶어 그 걸 꽃이라고 한다고. 도로공사 현장에서 알았다. 덤프가 뭉텅 붓고 간 골재를 그레이더가 초벌로 깔고 초벌로 깔려 울퉁불퉁한 골재를 내가 삽으로 헤쳐 녹슨 철근 똥가리에 매달린 빨강 천 조각을 찾아야 레벨에 맟춰 매끈하게 골재를 깔 수 있다고. 도로공사 현장에서 알았다. 내가 삽으로 골재를 헤쳐 빨강 천 조각을 찾을 때마다 나는 꽃을 본 ..
눈을 맞추다 눈을 맞추다. 도면에 나오는 숫자나 형태를 읽을 수는 있었지만 그게 무얼 말하는지 도면을 읽기만 하는 나는 몰랐다. 숫자가 100이라고 형태가 네모라고 알 수는 있었지만 그게 무얼 말하는지 도면을 읽기만 하는 나는 몰랐다. 철근으로 사우디에서 15년 태국에서 15년을 보낸 키 작고 앞머리 벗어진 늙은 김반장 님이 알려줬다. 야 뭐하냐? 니 중심을 철근에 놔~. 니 눈은 철근에 맞추고! ** 저자 주. 도면을 보면 철근을 놓을 공간보다 놓으라는 철근이 더 많게 보일 때가 종종 있다.
신천지폐렴과 노가다 신천지폐렴과 노가다 나는 망치를 쓰는 노가다를 한다. 망치로 못을 박고 망치로 못을 뺀다. 못 박을 자리를 단도리하려고 망치를 쓰고 못 뺀 자리를 달래려고 망치를 쓴다. 나는 못 박을 자리를 단도리하고 못을 박고 못을 빼고 못 뺀 자리를 달래 망치를 다 쓰면 망치를 허리에 다시 건다. 나는 망치를 쓰든 쓰지 않든 망치를 허리에 걸고 내가 망치를 쓰든 쓰지 않든 망치를 가까이에 둔다. 나는 망치로 할 수 있는 작업은 망치로 하고 망치로 할 수 없는 작업은 망치로 하지 않으려고 망치를 허리에 걸어 망치를 가까이에 둔다. 나는 노가다를 오래해서 얼굴 시꺼멓고 주름 쭈글쭈글하고 머리 다 벗겨지고 손가락 마디마디 굵은 김씬가 이씬가한테 망치를 이렇게 배웠다. 나는 이제 살아있는지 아닌지 모르는 망치를 왜 그따위로..
'최영미가보는 출판사놈들'을 보는 전지적 시쩜. 그 나물에 그 밥 그리고 써비스 짬뽕 땅 팔아 핸드폰 매장한다는 말은 들었다. 땅 팔아 출판사 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최영미의 글..사상..매력.. 특히 30년을 우려먹은 뽀샵빨..댓글빨..그 어느 것 하나 어필할 거라 믿는 출판사는 없나보다. 지금 현재도 이 모양인데 미래를 보고 출판한다는 건 더 못 믿을테고.자신있게 출판한 책도 패배의 쓴잔을 마셔 출판사를 유지하느냐 마느냐 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을 테다. 그래서 답없는 책을 출판한다면 땅팔아야 한다는 걸 출판사는 누구보다 잘 안다. 책을 출판해 줬더니 나중에 일기장 들고와서 미투든 뭐든 행패부릴지도 모른다는 것도.. 이러면 없는 땅도 사다가 팔아야 한다는 것도.. 장사 한두번 해보나? 이미 최영미가 충분히 학습시켜 줬다. 꽁짜로 호텔에 재워달라는..